[성북동] 하단-허탕과 문전박대 사이

연희동에서 출발한 시각이 12시 36분, 음식점이 있는 골목에 들어선 게 1시 30분이었다. 네이버로 확인한 마지막 주문 시각은 2시, 그렇다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틀렸다. 건물에 도착하니 문에 이미 ‘재료 소진’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20초 정도의 시간이 정말 괴기하게 흘렀다. 들어가서 문의라도 하려고 보니 문을 대형 승용차가 거의 가로막고 있었다. 그런데 또 문은 바깥으로 열리는 설정이라 내가 열기가 어려운 가운데, 안에서 이미 먹은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뒤에 서 있는 주인으로 보는 사람이 나를 보자마자 찌푸린 표정으로 ‘영업이 끝났다’고 말했다.

‘아니, 마지막 주문이 2시 아닌가요?’라고 묻자, 그는 여전히 찌푸린 표정으로 ‘그런데 재료가 소진됐다’라고 답하고 문을 닫았다. 그렇게 나는 한 시간 가까이 걸려 그것도 분명히 내가 접할 수 있는 정보로 가능한 시간 안에 음식점에 도착했음에도 다시 한 시간 걸려 허탕을 치고 돌아가야만 했다.

뭐 그럴 수 있다. 요즘은 잘 겪지 않지만 먹으러 다니다 보면 이런 일을 안 겪을 수 없다. 중요한 건 내가 그쪽에서 내건 요건을 충족시켜 주었음에도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었을 때의 대처다. 이런 날씨에 한 시간 걸려 찾아갔는데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이라면 기분이 좋을 수 없지만 이후의 대처에 따라 기분은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돼서 미안하다. 언제쯤 오면 그래도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으니 그 시각에 와 달라’는 식으로 설명이라도 덧붙였다면 끼니때에 맞춰 밥을 못 먹은 만큼 이상으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그 채 10초도 안 되는 대면 시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불친절했다. 마치 내가 그 시각에 온 게, 그리고 영업 종료 팻말을 붙여 놓았음에도 문의를 한 게 크나큰 잘못이라도 되는 양 대했다. 돌아 나오면서 나는 궁금했다. 과연 재료가 떨어진 시각은 언제일까? 30분 전에 이미 영업하지 않을 정도라면 사실 2시까지 주문을 받을 생각이 애초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장사 하루이틀 한 곳도 아니고 재료 소진에 대한 경험치가 없을 리가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 먹으러 다니다 보면 이런 일은 벌어진다. 하지만 그것도 지난 17, 18년 전체를 돌아보았을 때나 그렇지 요즘 이런 상황을 자주 겪지는 않는다. 못 먹을 수는 있지만 이렇게 그 시각에 찾아온 것 자체를 타박하는 듯한 대응은 언제 마지막으로 겪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과연 오늘의 경험은 허탕일까? 문전박대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후자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나쁜 인상을 남기는 것도 어떻게 보면 정말 엄청난 능력이다.

*사족: 트위터에 올렸는데 1인분은 주문을 안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게 언제든 재료가 있을 때 가도 못 먹었을 거라 생각하니 되레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