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갔다

늦잠을 자다가 일을 위한 전화를 받고 일어났다. 그 전에 몇몇 축하 문자를 받고 깨었지만 그냥 계속해서 잤다. 전화가 아니었다면 적어도 점심때까지는 잘 수 있었을 것이다. 오산에 있어서 가장 짜증나는 경우가 바로 어제. 서울에 있었더라면 나가서 뭐라도 했을텐데 머니까 나가는 게 딱히 내키지도 않고(밖에서 차 기다리면서 짜증내고 싶지 않기도 하고…), 내일이 일 때문에 나가는 날이니 오늘 서울까지 가기도 뭐하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다 보내놓고 짜증이 치밀어 오르려고 그런다(그래 이 켜켜이 쌓여 있는 무력감과 잘못된 결정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선사하는 짜증…). 그래도 어제가 생일이어서 다행인 건 내일 만나야 되는 사람들에게 부담감을 안 줘도 된다는 것이리라. 아 왜 다 보내놓고 화가 치밀어 오르나…

점심에 야심차게 만들어본 음식은 실패였다. 느긋해지려면 마음이 그래야 되는데 자꾸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져서, 소파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컨텐츠 납품을 위한 베이킹을 했다. 여유가 있다는 자기 암시를 걸어가며 몇몇 다른 방법들을 써 봤는데, 결과물을 보니 원래 알고 있던 방법이 가장 잘 먹히는 것이어서 조금 허탈했다. 다 마치고 나니 설겆이가 잔뜩 쌓이고 부엌이 난장판이 되어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어차피 해야될 일이므로 오늘 하는 것이 시간 절약차 좋을 거라는 위안을 삼으며 대강 정리하고 해가 현저히 길어졌다는 것을 느끼며 달리기를 했다. 돌아와서는 있는 것들로 대강 저녁을 때웠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올해는 이렇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는 게 참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별거인데, 때로 별거 아닌데 별거처럼 느껴지는 날들도 있다. 그런 날 가운데 대표적인 게 생일. 지나갔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화를 참을 수 없어 애꿎은 무선 마우스를 던져 박살냈다. 내일 졸지에 용산 가야 될 팔자. 근데 무선 마우스는 어느 회사 제품이 좋나?)

 by bluexmas | 2011/03/30 00:25 | Lif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Alcoholic at 2011/03/30 01:35 

마이크로소프트 아크마우스 추천드립니다연초에 나온 아크터치마우스도 있긴합니다만 비싸서;;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3/31 11:42

어제 본 마우스 가운데 젤 맘에 드는 건 로지텍 13만원 ㅠㅠ 울었습니다ㅠㅠ

 Commented by 파고듦 at 2011/03/30 09:46 

던져서 박살냈다는게 나는 왜이렇게 웃긴지 ? 통쾌하기도 한느낌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3/31 11:42

웃으셨으니 마우스나 하나 사주세요.

 Commented by 류션 at 2011/03/30 10:32 

약간은 파괴적인 면?도 있으시군요 ㅎㅎ.

그런데 실패한 음식은 과연 뭣이었을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3/31 11:42

많이 있습니다만. 실패는 언제나 비밀에 부칩니다.

 Commented by turtle at 2011/03/31 13:42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

저는 로지텍에서 나온 핑크색 작은 거 씁니다. 귀엽고 가볍고 잘돼서 좋아요. 웃훗.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4/01 01:18

네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큰 마우스를 사고 싶은데 별로 없고, 로지텍 상위 기종들은 엄청 비싸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