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기다림

집에 돌아오면 우편함부터 확인하는 건 그 나라에 살때부터 가지고 있던, 실로 오래된 버릇이다. 딱히 기다리는 것도 없지만, 설사 기다림이 있다고 해도 그걸 보상해주는 무엇인가가 기다리는 적도 당연히 없다. 며칠 전에는 지난 달에 바쁘게 지내느라 안 낸지도 모르고 그대로 밀린 관리비 고지서가 있었고, 그제는 내야 되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의료보험 고지서, 또 오늘은 가스 요금 고지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운 건 하나도 없다.

누가 요즘 사람 아니랄까봐 쉴새 없이 메일을, 블로그를, 트위터를 확인한다. 뭘 기다리느냐고 누군가 물어보면 어느 누구에게도 뭐라고 대답할 수 없다. 사실은 아주 가끔, 기회를 기다린다. 누군가 나를 써 주겠다는 연락 같은 걸 기다리는 것이다. ‘아 혹시 저희가 필요한 게 있는데…’ 그러나 왠지 쪽팔려서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얼버무려왔다. 한편으로는 그런 것이 온다고 해도 나는 또 같은 짓거리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건 사실 대상도 기한도 없는, 그냥 습관과 같은 것이다. 원하는 것이 손에 들어와도 나는 또 기다릴 것이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나는 또 기다릴 것이다.아니 사실은 뭘 기다리는지도 잘 모른다. 어쨌든, 잘 설명할 수 없는 건 습관이 아니다. 나도 모르는 걸 어떻게 설명해주나. 게다가 나도 이러는 내가 싫은데.

집에 오는 길에 이 노래를 계속해서 들었는데, 뮤직 비디오 병신같네. 실망스럽다.

 by bluexmas | 2011/03/31 03:02 | Lif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at 2011/03/31 06:0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4/01 01:17

네 감사합니다.

 Commented at 2011/04/05 12: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11/04/07 00:51

연락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