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병의 나날들

마음 저 깊은 곳에 자잘하지만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화가 있다. 말하자면 고깃집에서 고기를 다 구워 먹었을 때쯤 남아 있는, 타고 남은 재 같은 상태의 화다. 고기를 굽기엔 약할 수 있지만 된장찌개 뚝배기를 따뜻하게 유지시켜 주는데는 충분하다. 하여간 요즘 그런 화를 품고 살고 있는데 이런 상태가 결국 홧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해소되지 않는 화가 있다. 그런 것이 원래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생각, 아니 의식하지 않고 산다. 그런데 요즘은 왜 유난히 그럴까 궁금해서 불이 타오르고 있는 바닥을 파고 내려가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의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 그럼 그렇지. 원인이 살아 있기라도 한다면야 원망이라도 마음껏 해서 짐을 좀 덜어내려 들겠지만 그럴 수가 없다. 어떤 감정이든 증폭시켜 봐야 죽은 사람에게 가서 닿을 리가 없고,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화가 더 난다. 과연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까? 그러기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도 이제 마냥 화수분처럼 느껴질 만큼 많지는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 가운데 나는 대체로 이런 상태 혹은 감정을 회피 또는 부정해서 궁극적으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아니, 너는 뭐 굳이 그런 감정을 느껴야만 하는 것이냐?!’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유난스럽다 치부한다. 사실 그래서는 아무 것도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그러고 있다. 그래서 조언역들에게 일단 그런 감정을 자꾸 부정하거나 덮어두려고 하지 말고 수용하는 게 먼저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