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째 주의 강원도
강원도에 갔다 왔다. 정말 오랜만에 운전을 좀 하고 싶었고 바다가 보고 싶기도 했다. 더군다나 8월이 지나면 강원도 호텔의 숙박비는 말도 안 되게 싸진다. 바다를 굽어보는 언덕에 자리 잡은 호텔에서 5만 원에 묵었는데 정말 사람이 없었다. 거의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분위기가 좋았다. 가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잤다. 샌드위치를 만들고 고구마와 옥수수를 챙겨 가서 자다가 배가 고프면 일어나서 먹고 또 잤다. 아침엔 창밖으로 무시무시한 해가 들어왔다.
원래 38선 휴게소에 들러 사람들이 파도타기 하는 걸 보다 오는데 이번엔 왠지 육회비빔밥이라도 한 그릇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대신 홍천에 들렀다. 스테이크와 자투리 근막을 사고 불고기는 많다 싶어 넘겼는데 고속도로를 다시 타자마자 후회했다. 휴게소의 지역 특산물 매장에서 옥수수 열 개들이 한 자루와 호박고지, 더덕을 샀다. 잔뜩 있어서 할인 들어간 복숭아는 안 샀는데 역시 후회했다. 홍천의 복숭아는 ‘딱복’이었지만 그래도 샀어야만 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계속 작은 행복으로 삶의 거대한 불행과 좌절을 막아야지, 라고 마음을 다졌다. 왠지 겨울에 한번 또 가고 싶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