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실비바 파도-가벼운 리뷰

1. 국물 생각을 했다. 부루스타에 적당한 육수 솥 같은 걸 올려 놓고 ‘다시’를 내는 거다. 송송 썬 대파 조금 더해서 손님에게 웰컴 푸드처럼 내주고, 단 두 가지 따뜻한 음식인 아귀 수육과 호래기 샤부샤부의 바탕으로도 쓴다. 마무리 탄수화물이 없는데 소면을 삶아 두었다가 말아서 줄 수도 있고. 마른 멸치를 내주던데 국물이랑 묶어서 3천 원 정도 자릿값으로 받아도 괜찮을 듯.

2. 단 한 가지의 화이트 와인이 있어서 시켰는데 정작 주인은 사케가 더 음식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제안했다. 사실 나도 그렇다고 생각은 했지만 날생선에 사케나 소주 등등의 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마시겠다고 했다. 오크통에 숙성한 내추럴 그르나슈 그리라면 사실 해산물하고 아주 잘 어울린다고 볼 수는 없다. 그냥 간단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같은 게 여러모로 찰떡일 텐데 굳이 이 와인이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뭔가 사업적인 결정으로 보였다. 납품처와의 관계랄까…

3. 줄무늬 오징어와 갈치를 반반(53,000원) 먹었는데 좋았다. 다만 가격을 고려한다면 유일한 쌈채인 깻잎은 적당한 시기에 보충해 주면 더 좋을 것 같다. 깻잎과 쌈장의 조합이 좋은데 먹다가 보충해달라고 그러기 좀 번거로워서 멈췄다.

4. 아귀 수육은 주문과 동시에 눈앞에서 물을 끓여서 삶아주는데 역시 가격(52,000원)을 고려하면 미리 조리하는 게 좋아 보였다. 사실 우리가 상당히 알뜰하게 먹어서 그렇지 아귀는 수율이 낮은 생선이다. 살코기는 안심 두 덩이가 나오는데 우리는 연골이나 지느러미까지 함께 조리한다. 이것까지 다 먹으려면 분해가 될 때까지 푹 끓여야 한다. 사실 살코기도 뼈에서 깨끗하게 떨어지지 않았다.

5. 공간이 재미있는 한편 제약으로 작용한다. 30퍼센트 정도의 공간만 더 있어도 모든 게 훨씬 여유롭고 조리의 양상도 달라질 것으로 보였다. 메뉴가 다양하지 않고 특히 식사류가 없어서 1차를 너무 무겁지 않게 먹은 뒤 주류 위주로 가볍게 가는 곳일 때 더 재미있을 것 같다.